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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회 최지만 개인전-Traces of Silence, Lamar Dodd Gallery, 죠지아, 미국

6th Solo Exhibition-Traces of Silence

Lamar Dodd Gallery, Athens, GA, USA

본인이 조선의 백자 사발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쉽게 설명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 도자기에 대해 관심을 갖고 여러 도자기들을 오랫동안 지켜보아 왔는데, 도자기 작업을 시작한지 20여년이 지나서야 마음의 중심에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이 바로 조선 백자 사발이다. 이는 아마도 젊은 시절, 열정적이었던 나의 마음이 차분해지고 인생의 달고 쓴 맛을 몸과 마음으로 느끼고 난 후에야 갖게 된, 즉 정화된 현재의 본인의 상태에 깊은 관계가 있을 것이다. 백자 사발은 조선시대 동안 계속해서 만들어져 왔으며 시기별로 그 형태나 빛깔이 조금씩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시대 백자 사발들의 공통점은 스스로를 과하게 드러내지 않으면서 그 본분에 충실했다는 점이다. 장식품으로서의 역할을 부여받기보다는 일상에서 사용되기에 적합할 만한 형태와 크기의 실용품이었다. 한 덩이의 진흙이 인간의 정성과 노력에 의하여 쓸모 있게 사발로 만들어졌고 이는 당대의 인간 삶과 함께 하였다.

몇 백 년이 지난 현재, 본인은 그것을 다시금 표현해 보려고 노력한다. 좋은 사발을 만드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작가의 건전하고 건강한 마음가짐과 몸가짐이다. 제작자의 마음과 몸 중 어느 한쪽이라도 흐트러져 있다면 기교만으로는 결코 만족할 만한 그릇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적어도 작가 본인이 판단하는 관점에서는 그렇다. 또한 이는 본인의 경험으로부터 느껴 온 결론이다.) 일정 기간 수 백 개의 사발들을 최선의 정성을 들여 제작하여 본 결과, 본인이 사발을 만드는 과정은 단지 물건을 만드는 일을 넘어선 일종의 수행(修行, Meditation)의 과정이라고 생각된다. 본인은 수 백 개의 사발을 만들어 전시하는 일련의 과정을 <침묵의 흔적(Traces of Silence)>이라고 명명하여 그 결과물을 보여 주었으며, 관람자들에게 수행의 흔적에 대한 간접체험을 느끼게 하는데 전시의 주요한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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