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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예술의 새로운 형식


크라트 2005년 11월호 26~27P


최지만의 작업장은 경기도 이천에서 곤지암 가는 길에 자리하고 있다. 그는 작년 12월부터 이 곳에 정착해 작업을 시작했다.

작업실에 들어서면 외편의 진열대 위에 놓여 있는 그의 작품들이 보이며, 일관된 스타일을 발견하기 힘든 이들 작품은 그의 작업세계가 거듭해온 변화를 보여 준다. 늘 가까운 자연환경과 주변 사람들로부터 작품의 소재를 얻는다는 그는 오랜 역사의 도예촌을 형성하고 있는 이천의 요장들, 그리고 도자기 판매장을 직접 다니면서 각종 기물을 수집했다. 그리고 이런 수집과정을 통해 대상에서 끊임없이 연상되는 생각을 이끌어내면서 기물들을 자신의 작품 속으로 끌여들일 만한 연관성을 고민해보았다.

최지만은 미국 유학시절 첫 번째 개인전에서 눈을 감고하는 작업을 시도한 바 있다. 촉감을 시각화하는 이런 방식을 통해 그는 “감성을 일깨울 수 있었고 그 감성은 인물형상으로 전환되었다”고 설명한다. 눈을 감고 형상을 만드는 동안 그는 스스로가 묘사보다는 상상에 더 의존하고 있다고 느꼈다. 두 번째 개인전에는 초현실적인 형태를 제작하면서 즉흥적인 인간 형상과 캐스팅한 자신의 얼굴을 부어 넣었다. 즉흥적인 형상들을 만들면서 그는 인간에 대한 선입견을 버린 채 자유로운 형태를 발견할 수 있었다.

최지만은 자신의 작품을 매 순간 하나의 어휘로 규정하지 않으려는 신중함을 보이면서 늘 새로운 형식을 모색하며, 그런 와중에 전통적인 도자의 형식을 파괴하기 위한 의식적인 노력을 거듭해 왔다.

그가 말하는 ‘파괴’의 과정 가운데 하나는 전통 기물에 현대적인 이미지를 차용하면서 빚어진다. 대학에서 도자사를 강의하면서 그는 오랜 시간에 걸쳐 변해온 도자기의 형태와 의미에 대해 연구하게 되었는데, 「21세기 신라항아리」,「동녀형 연적」등의 작품은 전통적 유물이 동시대에 가질 수 있는 의미에 관한 궁금증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이 중 「동녀형 연적」은 진로 소주를 들고 있는 소녀의 형상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는 문방구에 속하는 연적의 전통적인 기능과는 무관하다. 이 작품은 “전 국민에게 친숙한 진로소주의 대중적 이미지”가 포함되었고, 술병을 들고 있는 소녀의 형상은 “이성적인 판단이 개입하지 않은 불합리성”을 말한다. 최지만은 자신의 작품이 현대 사회가 지닌 모순에 관한 서사를 담고 있으며 ‘저항’의 메시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렇지만 작품에서 제기하는 ‘소녀와 진로소주’라는 기호를 통해 작가가 전달하려는 현대소비사회의 모순을 모두 발견해내기는 쉽지 않다. 형태가 암시하는 이야기는 생각에 뚜렷한 윤곽을 그려주기 보다는 비논리적인 기억의 요소들을 통해 만연한 이미지를 불러일으키는 정도에 그친다.

거북선 형태를 변형해 만든「21세기 거북선」은 지난 8월 9일부터 21일까지 일본에서 열린 ‘한일 청년 교류전-Contact Act. 4'에 출품했던 작품이다. 군함으로 제작된 거북선은 작가에 의해 영화배우의 얼굴과 화려한 장식으로 바뀌었다. “전쟁을 상징하는 비장한 모습대신 조금은 유머러스한 요소들로 그 긴장감을 완화하여 표현했다”고 그는 말한다. 매번 변화하는 형식 속에서도 그의 시선은 시종일관 인간의 얼굴에 꽃혀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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