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술계는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급격한 구조 변화 중에 있다. 1990년을 기점으로 국제 비엔날레 시스템의 도입과 IMF 이후 대안공간의 등장, 그리고 최근 국립현대미술관의 책임운영기관으로의 전환까지 속도와 강도, 내용 면에서 한국 미술계는 이미 세계적 흐름 속에 깊이 들어가 있는 것이다.
도예계도 예외는 아니다.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도자기 생산지에서 시작된 도자비엔날레가 그 변화의 중심에 있다. 모든 장르의 아트 히스토리가 증명하듯, 삶의 진솔함과 생생함을 간직했던 초기의 열정은 오랜 시간들이 지나는 동안 반복적이고 장식적인 매너리즘으로 빠지거나 극도의 금욕적 미학주의로 귀결되게 마련이다. 훌륭하고 오랜 전통을 간직한 한국 도자사도 예외는 아니다. 당연히 많은 이들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그의 최근작업은 당면한 한국 도자의 문제의식과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대한 민감한 반응의 산물이다. 예를 들어 그는 [21세기 신라 기대와 항아리]에서, 다산이나 장수를 상징하는 신라시대의 개구리나 거북이 대신 21세기 현재적 풍경들(이라크 전쟁 이야기, 야구경기, 인기 가수, 컴퓨터)을 집어넣는다. 이렇게 대체된 아이콘들을 통해 최지만은 천년의 세월을 거치면서 잃어버린 현재적 생명력과 사회적 맥락들의 복원을 꾀하고 있다.
이러한 작업들은 [국회의사당 胎항아리]와 [21세기 주상복합건물형 骨壺] 시리즈를 통해 사회학적 발언으로 확장된다. 원래 뼈나 탯줄을 담아뒀던 조선시대 항아리를 참조한 이들 작업들에는 뼈 대신 후기 자본주의라는 우리 시대를 묻어두고, 현실정치를 풍자하고 있다. 이 시대에 우리가 죽어서 남길 것은 뼈가 아닌 자본일 뿐이다. [母子 원숭이 청자 연적]은 원래의 원숭이 母子 대신에 인간을 안고 있는 원숭이로 대체된 작업이다. 이는 다분히 기독교적 창조론에 대한 의도적인 반발이자 우리 시대에 만연한 서구적 가치관들에 대한 의문이다.
그의 작업은 이처럼 서구적 가치관과 내밀한 미학주의에 대한 반성에서부터 대사회학적 발언까지 분주히 시공간의 경계들을 넘나들고 있다. 물리적이고 영토적인 경계들을 횡단하는 이들 이미지와 맥락들은 마치 여권에 찍힌 각국의 입국 사증처럼, 태토 위에 전사되어 있다. 그의 작업에서 새로운 카타스트로피가 감지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이다. 그의 작업들에서는 오랜 관점들이 해체되고 재배치되는 진통과 파열음이 들린다. 그의 작업을 통해 우리는 다시, 아주 오래된 그러나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출발점 앞에 서 있게 된 것이다.
Korean art is in the middle of the unprecedented radical change in structure. It has already been going with the worldwide trend in terms if speed, intensity and content, as shown in the introduction of international Biennale system in 1990's, the emergence of the alternative space since the IMF period, and the recent conversion of the National Modern Art Museum to a responsible administrative structure.
Korean ceramics is no exception. Amid this change stands the 'The World Ceramic Biennale' which has started in the traditional and conservative manufacturing center of ceramics. As the history of every art genre demonstrates, the early passion which created honestness and vividness of life either tends to fall victim to decorative mannerism or ends up with extremely stoical aestheticism. This goes the same with many Korean ceramists blessed with long ceramic tradition. It is quite natural that many of them have been trying hard to find a way out of the deadlock.
The recent work of Jiman Choi is a product of both his acute awareness of the pressing issues which Korean ceramics confronts and his sensitive response to this trend of the changing times. For example, in the '21st-century porcelain long-necked jar with figurine decoration of Silla', he uses the 21st-century contemporary landscapes such as the Iraq War, baseball games, pop singers and computers instead of frogs or turtles in of Silla Age, the symbol of fertility and long life. Through the replaced icons, he attempts to restore the present-day vitality and social contexts which have been lost through some 1,000 years.
His works are extended to a social statement through 'The Porcelain Placenta Jar in the shape of the House of Parliament' and 'The 21st-century porcelain covered bowl (Crematory Urn).' This work which is a transformation of the Chosun period jars used to keep bones or the umbilical cord is a modern-day satire on the current politics that contrasts latest capitalism with bones or the umbilical cord. 'The 21st-century celadon water dropper in the shape of monkey' is a work which replaces the original model of mother-and-baby monkeys with a man nestling in a monkey mother. It is a explicit and deliberate opposition to the Christian view on the creation of the world. It also questions the widespread Western ideas and values.
Choi's work frequently crosses the spatio-temporal boundaries combining his sociological remarks with his self-reflection on the spread of Western ideas and secret aestheticism. The images which traverse physical or territorial boundaries are transcribed (lithographically decorated) on the clay, just like the entry-visa marks on passports. We can sense a sort of catastrophe in his work for this reason. There are pains and bursting energies in his work that dissolve and relocate tradition. Thus, his work sets us on a new starting point that is certainly in line with tradition but nonetheless totally different from its conventional image.
Yun, Chea Gap / Curator of Alternate Space Loop